
ⒸJinyoung Lim
건축을 통해 아이디어와 비전을 공유하다

ⒸJinyoung Lim
지난 8월 29일 개막한 제13회 베니스 비엔날레는 총감독 데이빗 치퍼필드의 지휘 아래 ‘공통의 기반’이라는 주제를 제시한다. 데이빗 치퍼필드는 이 주제를 통해 지속성, 콘텍스트, 그리고 기억을 바탕으로 그 영향력과 기대감을 나누며, 전문가와 사회 사이에 서로에 대한 이해가 결여되어 있는 우리의 현실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이를 다루고자 했다. 다소 포괄적이고 광범위하게 해석될 수도 있지만 베니스비엔날레 이사장인 파올로 바라타(Paolo Baratta)의 말대로 올해 주제는 많은 생각, 아이디어와 갈등을 내포한다. 지난 시기 건축가들은 주변 건물과 도시 개발의 평범함에 대항해 마치 비명을 지르는 듯한 오브제를 만들어왔지만 결국 도시나 개별적인 삶의 조직에는 조금도 개입하지 않았으며, 이 전시는 바로 그 건축과 시민 사회 사이의 균열을 바로 잡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전시의 의도는 상반된 평가를 받는 것들을 함께 전시하고, 과거와 현재 모두와 건축 사이의 관계, 그 아이디어와 시스템을 깨닫는 장소를 제공하려는 것임을 분명히 한다. 개별 작품을 기념하는 대신 다양한 건축가들의 작업으로 채우려는 의도도 포함해서 말이다. 데이빗 치퍼필드 역시 개별적인 스펙타클이 아니라 집단 가치의 현상을 드러내고 일상을 위한 환경으로써 건물의 중요함을 주목하며, 우리를 둘러싼 세상에 대한 감성과 이해가 중요함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공통의 기반’이라는 평범해 보이는 문구 아래, 비엔날레는 건축과 사회, 도시 계획과 건축, 수많은 갈등과 모순, 질문도 담고 있다. 케네스 프램프튼의 ‘비판적 지역주의’와 렌조 피아노의 홍콩 HSBC 빌딩 등의 출현이 구닥다리 같다는 시선을 던지는 저널이나, 건축의 타협을 비난하는 쿱 힘멜블라우의 성명, 그리고 열정과 영감이 사라진 건축에 대한 프랭크 게리의 공개적인 비난처럼, 이번 비엔날레는 극명한 두 입장이 충돌하고 있는 현장이기도 하다. 결국 올해 건축비엔날레는 지난 십 여 년 동안 거대자본과 밀월 관계를 가져온 오브제 중심의 건축에 대한 전면적인 반성과 금융 위기 이후 우리가 함께 모색해야 할 공동의 가치, 건축의 본질과 근원을 통해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비전, 태도를 공유하기 위한 열린 장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대형설계사무소와 젊은 건축가의 어색한 동거

ⒸJinyoung Lim
그런 의미에서 대형설계사무소와 신진 건축가를 한 자리에 모은 한국관의 주제는 어쩌면 전체 주제에는 적합한 대응이었을지도 모른다. ‘공통의 기반’이라는 주제에서 건축의 윤리와 사회적인 측면을 강조하고, 한국건축의 대중적인 측면을 담고자 했다는 한국관의 커미셔너 김병윤 교수의 말처럼, ‘우리 건축 현장에서 불협화음의 원인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왜 우리의 건축 현장은 폐쇄적이고 과열되며 분열되고 있는지’, 그리고 과연 ‘우리는 무엇을 담보하고 있는지’라는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건축은 턴키 위주의 대형화로 치닫고 있고 일부 대형사무실만 참여하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는 건축의 과열과 긴장, 비대한 현상, 과도한 경쟁, 출혈, 비리 등이 다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한국건축의 증상을 가리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드러냄으로써 기록해보자는 바람이었다.” 커미셔너 김병윤 씨의 설명이다. “대형설계사무소 대표들을 작가로 내세워 세계에 자랑한다는 개념이나 면죄부를 주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턴키 같은 제도도 우리 시대가 만들어놓은 산물이기 때문에 그 영역에도 건축이라는 요소가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 내 목표였다.” 이는 우리 시대의 사회적 역량이 부족해서 나타나는 건축물들이 건축가 만의 책임은 아니라는 의견과 왜 우리가 이런 건축물을 만들고 있는지 생각해봤으면 좋겠다라는 의도도 포함한다.“건축을 걷다”라는 주제는 이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한국관 안에 산책을 하듯 걸을 수 있는 나무의 숲을 조성하는 것이 초기 컨셉이었다. 전시장의 구성은 고 백남준의 작업에 영향을 받아 마치 파편화된 영상이 파열음처럼 흩뿌려진 숲을 거닐며 건축을 관람하는 방식으로 구상했다. “건축가는 보이지 않고 건물만 보이도록 한 것이 초기 의도였다. 그러나 건축가들이 부각되길 원하는 바도 있어서 영역을 구분하고 8개의 다른 표현으로 점점 방향이 바뀌었다.” 여기에 “각기 다른 태도를 가진 건축가와 작업이 의도적으로 모호한 하나의 풍경으로 읽히도록 하기 위해(부큐레이터 유현준 홍익대 교수)”, 각각의 영상작업에 대한 소개와 작가의 이름은 없앴다.
5개의 소주제로 써내려 간 8개의 시나리오
커미셔너가 제시하는 한국관의 키워드 중 주목할 것은 포스트 모더니즘 이후 대형화되고 있는 모습을 주목한 ‘포스트 맥스(Post-Max)’와 경쟁과 선택의 과정을 통해 드러나는 도시 건축의 표정에서 읽어낸 ‘포스트 그레이(Post Grey)’다. 여기에 ‘상호작용성’, ‘친환경성’, ‘장소의 기억’, ‘감각의 구축’, ‘섬세함과 감촉성’이라는 5개의 소주제를 통해 한국건축의 대중적인 측면을 담고자 했으며, 각각 지명공모와 일반공모로 선정한 대형설계사무소와 신진 건축가들을 한 자리에 모아 주제를 제시했다. 8명의 참여건축가는 이 소주제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구성하고 영상으로 풀어내 각각의 이야기를 담았다. <부상과 직조, 김태만(해안건축 대표)>, <회상, 한종률(삼우건축 부사장)>, <느림과 재편, 이상림(공간 대표)>, <장소와 정서, 박승홍(DMP 건축 대표)>, <지속, 오영욱(odda 소장)>, <연결, 박진택(Jtparchitecture 대표)>, <표현, 윤창기(경암건축 대표)>이다.
전시장은 단순한 목구조물와 한지를 사용하여 8개의 영역을 만들고, 각각의 영역에 개별 건축가의 영상을 설치하고, 입구에는 각각 다른 지위, 다른 환경에서 활동하는 건축가들의 일상을 보여주는 영상물을 두고 있다. 개별 영상에서 김태만은 <Floating & waved ground>를 통해 서울추모공원, 플로팅 아일랜드, 여수세계박람회 국제관을 소개하며, 각 건축물을 활용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영상에 담았다. 박승홍은 <Reconciliated ground>라는 주제로, 서로 다른 장소와 배경에 따라 다른 해석과 상이한 결과를 가져오는 과정과 이를 해석하는 건축가의 시선을 보여주고자 했다. 즉 서울시청 응모작, 노들섬 복합공연예술 공연장, 경기도청사라는 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건축가가 그려낸 스케치를 실제 그 장소의 소리, 빛, 환경을 촬영한 동영상과 함께 보여주는 방식이다. <Slow & recited ground>라는 주제를 접근한 이상림은 건축설계뿐만 아니라 공간지, 공모전과 문화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온 공간의 복합적이고 독특한 활동을 보여주기 위해 ‘정보 시각화’의 방법을 택했다. 즉 전세계에 걸쳐 진행되는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시각화된 수치로 보여주고 각각의 프로젝트를 재해석해 건축 지표에 따라 분류, 전달하는 영상을 보여준다. 한종률은 <Remembrance ground>라는 주제로,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역 문화공간, 명동예술극장이라는 세 근대건축물의 리노베이션 작업을 통해, 일제시대 근대건축 활용이라는 한국의 특수한 상황과 사람들의 기억에 대한 영상을 담았다.
‘Juxtaposed ground’라는 주제를 풀어간 오영욱은 도심 보행권이 박탈당해 차와 사람이 늘 엉켜있는 강남의 작은 교차로를 관찰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여기에 도로 작업 안내 마네킹 로봇을 주인공으로 삼아 서울 도심의 이면도로에 거리 주차를 막는 새로운 직업을 제안하는 우화적인 애니메이션으로 인간을 위한 보행공간을 말한다. 김현수는 예술가들과 함께 ‘Restructured ground’라는 주제로 비워진 공간을 탐구하는 영상을 소개한다. 빈 여백을 먹으로 그려나가며 채우는 행위와, 작은 사찰의 빈 공간을 30명의 학생들과 함께 빛으로 재구성하는 과정을 영상에 담아 빈 공간 자체의 미학과 의미를 나누고자 했다.
모호한 주제와 불명확한 태도
불행하게도 한국관의 전시가 초기 의도를 명확하고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시는 서로 연관 없는 작업의 연속으로 흐르며 길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 목재와 한지라는 박제된 전통 요소의 차용은 전시 주제와 어떤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고, 전시의 일관성과 콘셉트를 표현해야 할 포스터 역시 아마추어 수준의 디자인을 드러내면서 한국관 전시의 힘을 떨어뜨린다. 무엇보다 ‘건축을 걷다’라는 평화롭고 시적인 주제는 한국의 건축 현장에서 벌어지는 과열 경쟁과 불협화음, 방치된 대형설계사무소의 영역을 함께 끌어들이겠다는 커미셔너의 의도와 전혀 어울리지 못하고 출발부터 모순을 드러낸다. 결국 참여 건축가 각자의 위치나 태도, 건축 방식에 대한 고민이나 반성, 현실에 대한 성찰이 없다는 점에서 전시 의도는 실제 전시와 긴밀한 연관과 메시지를 담지 못하고 괴리감을 불러일으킨다. 결국 대형설계사무실의 참여를 통해 한국 건축 현장의 다양함을 이야기하고자 했던 커미셔너의 의도는 한지의 불투명한 그림자처럼 모호해지고 건축계의 평가나 비평이 개입되지 않고 어떤 성찰도 없는 개별 사무실 프로젝트에 대한 소개 영상만 남은 셈이다.
여기에 일부 참여 건축가가 직접 영상에 등장해 소개하는 방식은 전시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뿐만 아니라 홍보 영상의 느낌도 지울 수 없다. 자막의 길이나 속도를 맞추지 못해 실제 내용을 전혀 전달하지 못하는 <Floating & waved ground>의 기술적인 문제 역시 주의를 기울여야 할 부분이며, 특히 발자국을 따라가며 주위 소리와 풍경을 상상하면 새로운 건축의 이미지로 전환할 수 있다는 개념에도 불구하고 국제 전시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Linked & signposted ground>의 영상 표현은 순진하기까지 하다. 영상이라는 매체는 건축을 대중적으로 전달하는데 효과적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영상이 쉬운 매체는 아니라는 말이다. 전체 전시에서 전달하는 정보의 양도 문제다. 개별 영상의 길이는 짧게는 6분, 길게는 15분을 훨씬 넘는 분량으로 제작되어 과연 관람객이 집중해서 볼 수 있는 조건이었는가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영상의 길이가 2분 30초대에 머물러서 개별 영상의 메시지가 관람객에게 명확하게 전달되었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커미셔너의 의도에 참여 건축가들이 적극적으로 따랐으면 좋았을텐데하는 아쉬움도 있다.(이상림)”
결과적으로 ‘의도된 모호함’을 통해 한국건축의 다양한 태도와 현장을 보여주려는 커미셔너의 의도에도 불구하고 한국관은 불명확한 인문학적 수사 아래 각기 다른 건축가의 불명확한 태도가 한데 엮이고 있으며, 여기에는 자신을 작가로써 드러내고자 하는 건축가의 욕망도 뒤섞여 있다. 모호함은 민망함과 구태의연함으로 바뀌고, 한국관이라는 공통의 기반 위에 이렇다 할 이슈나 메시지 대신 동상이몽을 드러내고 있는 형상이다. 주제를 중심으로 참여 건축가를 선정한 커미셔너의 의도에도 불구하고, 주제의 모호한 표현과 개별 건축가의 의지만 부각된 결과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국제적인 건축축제다
“처음부터 대중성에 대해 더 진지하게 보여주려고 했다면, 정확하게 그 과제에 해당하는 프로젝트를 사건별로 구분해서 끄집어내는 것이 건축의 사회성과 대중성을 보여주기에 적정했겠구나 하는 아쉬움은 있다.(김병윤)” 특히 한국관에서 아쉬운 것은 대형설계사무소와 아뜰리에, 소규모사무실 등, 다양한 규모와 조직으로 이루어진 한국의 건축 지형을 보여주기 위한 객관적이고 일관된 태도를 가진 비평의 시각일 것이다. 건축가 선정과정의 갈등과 오해, 비판에서 보듯, 누가 그곳에 나가야 하는가라는 소모적이고 감정적인 논쟁이 아니라, 각자의 입장과 태도, 결과물을 통해 그곳에서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폴란드관 ⒸJinyoung Lim
무엇보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전세계 건축전시 중 단일 규모로 가장 큰 전시이자 수많은 평론가와 건축인들이 치열한 개념과 사유, 담론과 논쟁으로 건축의 이슈를 제기하는 자리다. 주변 국가관이나 주제관의 예리하고 참신한 주제, 유럽과 미국의 건축인들이 베니스비엔날레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고 성장하며 발언을 획득하는 치열한 과정을 지켜본다면, 단지 우리가 가진 정체성을 과거나 전통에서 빌려와 포장하고, 자기 성찰과 현실에 대한 분석 없이 순진한 얼굴을 하고 내놓은 전시에 좋은 평가를 기대하기란 불가능하다. 세계적인 건축 수준에 걸맞는 한국건축이나 건축가를 제시하거나, 한국 건축 현실에 대한 냉철한 성찰과 수준 높은 전시 방식을 좀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은 국가관과 주제관, 수많은 초청 건축가들 사이에서 단지 참여하는 데 의의가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인상을 남기느냐가 중요한 전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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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영은 건축전문기자다. 월간 공간 편집팀장을 거쳐 해외건축전문지인 MARK와 AR Asian Pacific에 한국 건축에 관한 기사를 쓰고 있으며, 대중 매체에 한국건축과 도시에 대한 글을 기고하고 있다. 도시와 건축을 시민들과 공유할 수 있는 공공예술프로젝트를 기획하고 건축가 모노그래프의 에디터로도 참여하며, 현재 하와이대학 서울스튜디오의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